'리딩으로 리드하라', '생각의 인문학', 그리고 이번에 읽은 에이트까지 이지성 작가의 책은 매력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둘러보는데 익숙한 작가의 책이 보여 꺼내들었다. '프롤로그'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강하게 후킹(Hooking;원래는 컴퓨터 공학에서 소프트웨어 또는 소스코드를 제어하는 용어로 쓰이곤 하는데, 여기서는 어떤 것에 매료되어 심리적으로 낚였다는 뜻으로 사용했다.)되었다. 결국, 계획에 없던 이 책을 추가로 빌리게 되었다.
사실 어릴 때 부터 좋은 책은 빌려서 보는 게 아니라 사서 보는 것이라고 모친께 배웠다. 그게 습관이 되어 지금은 책을 빌리기 보다는 사서 보는 편이다. 살 책이 좋은 책인지는 모르지만, 책을 사는 시점에서는 모든 책이 다 '좋은 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우연히 눈에 띈 책 치고는 흡입력이 상당하다. 어제 책을 빌리고, 오늘 저녁무렵 막내를 재우면서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 데 두어시간 쯤 지나고 나니 마지막 장이다. 컴퓨터 관련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기도 하고, 아직 '인공지능'은 애먼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온 터라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8가지 방법'이 꽤나 신선했나보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나도 모르게 인공지능 관련 도서를 주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몇 공개자료를 찾아보니 작가의 말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태동하게 되었는 지,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와 인간을 대체하는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해 많은 조사를 통해 확인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 안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 보급률이 국제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함은 물론, 일반적인 독서량도 세계 166위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보여준다. 한마디로 지금 이 수준이면 한국인 대부분은 인공지능에 대체되어 불가촉천민의 삶을 살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지금보다 젊었다면 그래서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그리 위협적으로 들리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함께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인간을 대체한다.'는 작가의 워딩은 글자 그 이상으로 큰 위협으로 느껴졌다.
중반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설명한다. 이 시대에서는 '인공지능을 지배하는 사람'과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아직 인공지능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지 않았는데도,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지식과 전문성 및 판단력은 현실에서 명의라 불리는 의사들보다 극적으로 좋다고 한다. 당장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좋은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들부터 대체된다.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약사, CEO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리고 작가는 인공지능 시대에 맞서 절대로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들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이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은 무엇일까?
바로 '창조성'과 '공감력'이다. 인공지능이 엄청난 속도로 배우고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어떤 것을 새로이 창조하거나 다른 것에 대해 공감(Empathy)은 현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창조성과 공감력을 개발하여 인공지능에 지배당하기 보다 지배하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미국의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등 실리콘밸리의 유수한 기업들은 벌써부터 이것을 깨닫고 '기술'보다는 창의력과 공감력을 계발하기 위해 자체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대부분의 혁신이 기술력보다는 이런 특성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세상을 바꿀 지 그 누가 알았을까. 이미 기술은 다 개발된 상태였다. 그것을 사용자의 입장과 감성에 맞추어 내놓았을 뿐인데, 세계적인 히트를 치게 된 것이다.
후반부에서는 이런 창조성과 공감력을 키우기 위한 작가만의 8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제목이 '에이트'인 이유다.
1. 디지털을 차단하라.
2. 나만의 '평생 유치원'을 설립하라.
3. '노잉'을 버려라, '비잉'하고 '두잉'하라.
4. 생각의 전환, '디자인 씽킹'하라.
5.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하라.
6.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
7.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
8. '나'에서 '너'로, '우리'를 보라.
이런 방법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의 재미를 위해 생략한다. 하지만, 나 스스로 이 여덟가지 방법 중 가장 깊게 고민해 본 것이, 첫번째 '디지털을 차단하라.'였다.
최근 나는 코로나로 인해 이미 도래한 언택트(비접촉) 시대에 따라 아이들이 집에서도 자유롭게 배울 수 있도록 '아이패드 에어'를 사줬다. 하지만, 이 첫번째 방법에 따라 이미 구입한 태블릿을 사용하지 않는 게 맞을 것인가. 아니면 사용은 하되 중독되지 않도록 잘 통제하는 것이 옳은 일인 지 고민된다. 작가는 빌게이츠 등 유명인이 자녀를 키울 때 14세가 되기 전까지는 전자기기 사용을 금한다는 사례를 소개하는데, 사실 현재 한국 상황과 우리집 가정 상황을 고려하면 실행이 어렵다. 요즘 한국은 초등학교 3학년만 되어도 개인 스마트폰이 다 있고, 모두가 SNS를 통해 소통한다. 이 때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마련이다.
또, 이 책이 작년 책이라 당연하게도 코로나를 예견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학교도 잘 못 나가는 상황이라,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용은 하게 하되 이 전자기기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해야 할 지 그리고, 작가의 말 대로 어릴 때 남긴 치기어린 SNS 글 하나가 자녀의 장래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교육하면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합당하도록 보인다.
가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 덕분에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해 현실감있게 상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여 자녀들의 교육방향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해 볼 생각이다.
책을 읽는 내내 '역시 '작가 이지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더 유익한 정보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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